무쇠팔도 돌보지 않으면 녹슨다

By | 2002-10-23

그저께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펴는 순간 필자에게 찾아온 것은 왼쪽 뒤통수에 마치 쥐가 난듯한 통증이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아픔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머리를 왼쪽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어깨를 고정한 채로 목만 돌리려고 시도해 보면 뒤통수에서 어깨로 내려가는 힘줄이 뻣뻣하게 당기면서 예의 그 통증을 맛보아야 했다.

아내가 어깨를 열심히 주물러 주었지만 별로 개선되지는 않았다. 그때의 심정은 바로 ‘아,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래도 어쨌든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사무실로 나와야 했고 차 안에서도 왼쪽 거울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운전도 힘겨웠다.

전문가의 진단 결과는 가벼운 목디스크와 그에 수반된 근육 이상이라고 했고, 이의 해소를 돕기 위해 전문 척추 지압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요즘 필자같은 문제 때문에 오는 사람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역시 그렇다였다.

특히 컴퓨터 때문에 사람들의 어깨와 허리가 많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이건 목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앉아있음으로 인해 허리에 무리가 가기고 하고, 다리 또한 고정돼 허벅지 뼈와 골반이 연결되는 고관절 근처가 한쪽으로 틀어지기도 한다. 필자 또한 그런 경우란다. 게다가 키보드와 마우스 덕분에 손목과 팔꿈치까지 아프기 시작한지 벌써 오래됐다. 내가 컴퓨터를 그렇게 많이 사용했던가라고 반문하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필자는 정말로 지나친 컴퓨터 사용시간 때문에 이런 따위의 요상스런 병이 생긴 것 같다. 하는 일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많은 일들은 다 컴퓨터를 통해서 하고 있지 않은가. 사무실에서의 업무를 생각해 보자. 출근에서 퇴근 시간까지 화장실 가고 식사하러 가는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한다.

이메일을 읽고 쓰는 시간이 상당하고 보고서를 읽고 쓰는 것 또한 컴퓨터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를 통해서 이뤄진다. 업무중에 심심치 않게 메신저를 이용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양손이 무척이나 바빠진다. 업무와 관련되었거나 안되었거나 수많은 웹페이지에 접속하는 것도 꼭 같은 자세이다.

틈틈이 보고 듣는 동화상이나 mp3 음악도 역시 컴퓨터 앞에서 같은 자세를 취하게 한다. 아, 음악을 들을 때는 약간 의자를 뒤로 기울이는 경우도 있지만, 순수히 음악만 듣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보통은 컴퓨터로 업무하는 자세와 별 차이가 없다.

집에서는 어떤가. 필자는 종이로 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구독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는 자전거나 선풍기같은 것을 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대신 인터넷을 통해 서너 가지 신문을 읽는다. 어차피 신문배달이 이 산 속까지 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주간지와 월간지도 온라인 상에서 적지 않게 읽는다. 필자가 가입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몇 가지 되는데 거의 매일같이 들어가서 글을 읽고 쓴다. DivX 포맷으로 된 고화질 영화를 보는 것도 컴퓨터 앞에서이다. 쇼핑도 온라인상에서 많이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대형할인 매장을 가는데 그때 구입하는 것은 주로 식료품 종류이고, 컴퓨터 관련이나 건축자재 및 공구, 그리고 DVD 타이틀과 서적 종류들은 거의 대부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주문하고 택배로 배달받고 있다. 그를 위해서 모니터 상에서 윈도우 쇼핑을 하며 물건을 고르고, 상품끼리 비교하는 것도 꼭 같은 컴퓨터 사용 자세이다.

최근 4륜구동 차를 주문했는데 그 차종을 결정하기 위해서 며칠씩이나 인터넷에서 정보수집을 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한다면 신체의 균형이 유지될 수도 있겠지만, 아침 저녁으로 멍멍이를 끌고 동네 한바퀴 도는 것이 유일한 운동인 필자는 그러지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내 굳어버린 목 근육과 뻣뻣해진 허리뼈를 아플 때마다 주물러 주는 아내의 손아귀 힘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거의 매일같이 주물러대니 근력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한데, 필자의 체력이 점점 약해지니 그게 문제이다. 아내도 한때 벤처회사에서 회계 담당 일을 했었는데 그당시 비좁은 사무실에서 인체공학과는 거리가 먼 책상과 의자에서 과도한 업무를 몇 달 하다가 팔꿈치가 저리기 시작했다. 요즘도 가끔 그 후유증이 찾아오곤 한단다. 아무튼 결론은 컴퓨터 앞을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해외출장 가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10시간씩 허리 아픈 것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자동차 운전을 좀 오래 하면 허리가 무척이나 아프다. 뼈에는 이상이 없고 골반과 두 다리가 너무 앉은 자세로 고착되어서 그렇단다. 결론은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는데 아직 그러진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업무상 출장을 가야 하는데도 마다하면 먹고 사는 데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있지 않겠는가.

척추 마사지를 해줬던 이가 말하길, 요즘 30대 직장인들의 몸을 만지노라면 예전의 40대나 50대 정도처럼 느껴진단다. 목욕탕에서 가서 사람들의 벗은 몸을 봐도 그렇다고 한다. 필자의 몸은 어떨까? 그 속의 체력과 건강상태는 또 어떨까?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독자분들도 몸 생각을 하기 바란다.

요즘에는 정기 건강검진시에 프로그래밍 직종의 30대 나이의 사원에 대해서는 남자일지라도 골다공증 검사를 필수로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검사만 하면 무엇하는가. 본인이 나서서 몸을 가꾸지 않으면 소용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는 구호가 너무 구태의연하게 들릴지 모른다. 어릴 적에 많이 보던 “체력은 국력” 구호도 그렇다.

하지만 오늘 필자에게는 그 구호가 참으로 가슴에 파고들고 있다. 20대 혹은 30대라는 나이가 반드시 건강을 의미하진 않는다. 젊은 나이만 믿고 몸을 혹사하거나 보살피지 않다가는 필자처럼 머리 어깨 무릎 팔이 몽땅 삐걱거리는 위기의 40대를 맞이하게 될 수 있으니 오늘부터라도 신경 좀 쓰며 살자.

필자 또한 이달 말까지의 계약직 컨설턴트 일이 끝나면 다음달부터는 매일 뒷산이라도 오르며 살 작정이다. 진짜 “체력은 정력이다!”라고 쓰인 머리띠라도 두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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