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ADSL을 쓴다

By | 2002-07-05

지금 필자가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때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이제까지 필자의 글을 읽어왔던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전화 모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혹은 ‘위성 인터넷’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집에서는 메가패스 라이트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엔 두번째 질문을 해보겠다. 접속된 뒤의 다운로드 속도는 얼마 정도 나올까? 어떤 대답이 나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전화 선로 자체의 품질도 상당히 나쁘다고 지난 번 컬럼에서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국전산원의 인터넷 품질 검사 페이지(http://speed.nca.or.kr)에 접속해 측정한 다운로드 속도는 1.26Mbps, 업로드 속도는 423Kbps이다. 전산원에 접속해 테스트했던 메가패스 라이트 버전 사용자들의 실제 서비스에서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4Mbps, 업로드는 490Kbps라고 하니 집에서 사용중인 속도는 전체 평균값에도 충분히 근접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의 집에서 불가능한 걸로만 알았던 고속 인터넷 접속이 이처럼 제대로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하마터면 앞으로도 한동안 전화모뎀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거금을 들여 위성 수신 장비를 사서 무궁화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써야 했을 뻔했던 걸 생각하면 그리 개운한 기분은 아니다.

처음 이곳에 이사오면서 메가패스가 서비스되는 지역인지 KT 지점에 문의했을 때는 분명 안되는 곳이라고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당연히 그런가보다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연을 본 컬럼에 소개한 뒤에, 어느 독자 분이 토크백에 쓰기를 “실제로 담당자가 와서 검사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만 해서 거세게 항의를 했더니 와서 달아주었고 속도는 500Kbps 정도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본 필자도 자극을 받아 KT에 다시 전화해 “무조건 우리집 전화회선에 ADSL 포트를 연결해 주십쇼”라고 요구했다. ADSL 모뎀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내장형 카드를 쓰겠고, 설치도 KT에서 따로 나올 필요 없이 내가 직접하겠으며, 접속 품질에 상관없이 설치비와 사용료를 모두 낼 테니 포트만 연결해 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속도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접속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아무튼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오후, 집의 컴퓨터에는 모든 셋업을 완료해 놓고 서울로 출근을 했고, 설치 예정시간이 좀 지나자 확인을 위해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 대답은 바로 “인터넷이 된다!”였다. 전화를 쓰면서 동시에 인터넷이 연결되니까, 전화모뎀은 아니고 틀림없이 ADSL이 접속된 것이었다.

그날 밤 집에서 측정해 본 다운로드 속도는 약 200Kbps 내외였고 ADSL답지 않게 업로드 속도가 오히려 더 높아서 320Kbps 정도였다. 속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전화선 모뎀보다 4배 정도 빠르니 이메일과 웹검색을 하는 데는 별 문제 안된다고 생각하며 만족해 했다.

이걸로 얘기가 다 끝난 게 아니다. 이삼일 간은 그 상태에서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ADSL이 접속돼 있는 상태에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면 마치 모뎀이 연결돼 있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런가 하면, 전화를 사용하면 ADSL 접속이 자주 끊어지곤 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전화 회선도 이것저것 살펴보고 셋팅도 바꿔보았지만 소용이 없어서 ADSL Only용 전화를 따로 신청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ADSL 사용자모임의 웹페이지(http://www.adsluser.net/)를 방문해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다가, 문득 새로 발견한 것이 있었다. 필자의 경우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화회선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일반 전화기쪽과 ADSL 모뎀 쪽으로 브릿지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외장형 ADSL 모뎀의 경우에는 그냥 브릿지해서 사용하되 전화기의 케이블에만 필터를 연결하지만, 내장형의 경우에는 모뎀 내부에 필터가 달려있으므로 전화를 ADSL 모뎀의 전화출력 잭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을 ADSL 사용자 모임의 게시판에서 읽은 뒤에 그걸 그대로 적용해 보았다. 즉 전봇대에서 들어오는 선을 직접 모뎀에 연결하고 모뎀의 출력을 집안의 전화선 포트에 연결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최소 1Mbps 이상의 다운로드 속도가 항시 제공되는 인터넷이다. 메가패스 프리미엄급을 신청하면 과연 어떤 속도가 나올지 궁금해질 정도로 접속이 거의 끊어지지도 않고 속도도 일정하게 잘되고 있다. 사실 아예 접속을 못했거나 혹은 아주 낮은 품질의 접속을 감수하면서 사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인터넷을 말이다. 이게 다 어느 독자의 고마운 토크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이유로 ADSL 접속을 아예 못하고 있거나 혹은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로 사용하고 있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했던 것처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KT에 메가패스를 무조건 설치해달라고 요구해 보고, 품질은 집안의 전화회선과 ADSL 모뎀을 잘 분리해 올려보는 것이다. KT의 전화회선과 인터넷 접속 품질 자체는 기본적으로는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설치와 운용은 상당부분 사용자가 알아서 해야만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알려진 소식 한 가지를 소개한다. 정통부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품질보장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서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프로급 인터넷 접속에서는 최소 1Mbps, 라이트급에서는 최소 500Kbps의 속도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현실성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만약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필자가 ‘무조건 메가패스를 연결해 주십시오’라고 KT에 요구했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KT에서 미리 생각하기에 당연히 품질이 안좋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나중의 배상문제니 뭐니 복잡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전혀 달라졌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른바 정보통신 선진국에서도 우리같은 일반 사용자들은 이런저런 문제들로 힘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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