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카리스마

By | 2002-06-20

히딩크. 지금 이 세 글자로 된 이름을 가진 한 외국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외국인이 몇몇 있었지만, 히딩크의 인기에는 비할 수가 없다.

그저께 벌어졌던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TV로 비춰진 관중들 가운데는 ‘Hiddink for President’라는 애교섞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상에서는 히딩크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희동규’라고 적은 주민등록증이 만들어져 유포되고 있기까지 하다. 인천의 어느 공원을 가보면 또 다른 외국인인 맥아더의 동상이 서있기도 하지만, 맥아더를 포함한 다른 어느 외국인도 이 정도까지 한국 내에서 치켜세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의 상황은 이미 히딩크 신드롬이라고 할만한 수준이 됐다. ‘히딩크 경영학’이란 표현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어느 연구소에서는 ‘히딩크식 환경 경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운영방식을 대기업의 CEO가 회사를 운영할 때 적극 응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어느 대학에서는 히딩크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얘기도 들리고, 다른 곳에서는 또 ‘히딩크학’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대통령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외국인 히딩크가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이다.

히딩크가 하기로 돼있던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아주 간단하게 서술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아서 그가 가진 능력과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다. 그리고는 계약기간은 끝나고 모든 것이 정리되기로 예정돼 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그가 맡겨진 일을 아주 우수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으로 치면 최우등상을 받을 만큼 졸업시험을 잘 치르고 있으며, 좋은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모교의 명예를 높이고 있다고 하겠다. 졸업식에서 연단 앞에 나아가 대표로 우등상을 받을 만한 성적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그가 단순히 우등상을 받는 학생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표면적으로만 볼 때, 그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최초의 1승을 거두게 만들었다. 또 그토록 염원해왔던 16강에 진입하게도 만들어 주었다. 그것도 단순히 대진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또 다른 팀들이 물고 물리면서 어부지리격으로 진출하게 된 것도 아니다.

폴랜드와 포루투갈, 그리고 이태리와 같은 강팀들을 모두 격파하면서 만든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온 국민이 축구 열풍 속에서 모두 하나가 되게 만들고, 또한 우리 모두가 ‘애국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셈이 된 것이다. 여기에 그 누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문득 한 번 다른 쪽을 생각해 봤다. 히딩크가 등장하기 전에 이 한국 땅에선 혹은 한국 축구계에선 그만한 인물이 전혀 없었던 것일까? 위에서 언급한 ‘히딩크식 환경 경영’의 내용에서는 히딩크가 대표팀을 운영하는 기본 방안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기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한국 축구 풍토 속에서 히딩크 감독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했음”.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또 다른 내용으로는 “전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시스템 접근, 경쟁을 통한 실력위주의 선수 선발함”의 내용도 있다. 그리고 선수 선발은 철저히 개인의 능력에 따르고, 학력이나 인맥 그리고 혈연은 철저히 배제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히딩크가 일하는 기본 원칙 자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순한 원칙을 넘어선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특유의 ‘카리스마’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주로 TV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공식 인터뷰에서나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는 모습에서나 또는 시합이 벌어지는 경기장에서나 모두 흔들림없이 그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를 직접 볼 기회는 없겠지만, 대부분 TV 속에서 나타나는 그런 모습만 보고서도 “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런 카리스마를 가진 이들을 부러워해왔다. 카리스마의 의미는 남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개성, 통솔력, 혹은 지도력 등으로 설명될 수 있을텐데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은 회사에서 처음 팀장이 됐을 때부터 얼마전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을 때까지 계속 고민해왔던 일이었다.

그래서 TV에서 보여지는 혹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히딩크의 카리스마에 대해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같다. 그건 또 현재 혼자 프리랜서로서 일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예전에 여러 해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어디에서도 진정한 카리스마를 가진 관리자나 경영자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 안에서 그저 매달 월급을 주니까, 달리 갈 곳이 없으니까, 실수하면 깨지니까, 윗사람이 무서우니까 등의 이유만으로 업무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 상사나 경영자에게는 카리스마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사람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할 정신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업무에서의 심리적인 보루가 될 수 있는 그 무엇인 것이다.

언젠가는 필자도 다시 또 회사를 운영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스스로 느끼기에 그런 최소한의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한 상태라면 절대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벤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기업에서 관리자의 위치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히딩크를 바라보라. 그리고 당신 카리스마를 만들어서 키우고 관리해라. 통솔력, 지도력, 설득력 등과 같은 요소와 함께 진지하고 진실되게 사람들을 대하라. 그들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카리스마가 돼야 하리라. 모레 있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도 필자는 TV 속에서 히딩크의 그런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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