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음 대통령은?

By | 2002-01-17

며칠 전에 TV를 통해 중계된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필자가 여기서 가리키는 것은 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이나 질의응답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하긴 요즘 대통령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 워낙 많으니 그게 당연한 일이리라. 이제 80을 바라보는 연령대의 어른이라면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차기 대통령의 나이를 연계시키기도 한다.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을 60세 이하로, 혹은 50세 이하로 제한해야 하다는 주장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주변에 계시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보면 아무래도 나이 제한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어느 정도 일리있는 말이다. 요즘의 시국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면 한참 젊은 사람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또 달리 생각하고픈 차기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생각해 본다.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대통령, 그것을 위해 산업 정책을 분명히 수립하여 똑 떨어지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통령, 자신의 업무는 물론 정부의 모든 측면에서 IT를 활용하게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그것이다.

이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박한 꿈이라고 기존 정치인들이 뒤통수를 때리며 한마디 할 만한 소원이지만, 그래도 꿈이라도 한 번 꿔보고 싶다. 정치 9단의 유단자 대통령보다는 컴퓨터 홈페이지라도 한 번 만들어 봤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전송해 보기라도 해본 그런 대통령을 상상해 본다.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우리가 IMF라고 불렀던 외환 위기 때도 외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꿋꿋이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라를 정보산업의 세계 기지로 만드는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디지털 회랑, 또는 디지털 코리도(corridor)라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토리이다.

그는 과연 젊은 사람일까? 아니다. 1925년 생이니 거의 80세에 가까운 노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늘의 야심찬 IT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만 가지고 그를 배제했다면 말레이지아의 현재 모습은 좋건 나쁘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어떨까? 기술인 출신의 대통령말이다.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올해 60세인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 대학에서 수리공정 학부를 졸업했고, 알려진 바로는 과학기술과 경제의 결합을 중요시하는 기술지상주의자라고 한다. 그는 올해 말의 전국 대표회의에서 국가주석 겸 총서기로 취임할 것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그는 또 학교 졸업 후에 6년간 수리전력부 기술요원으로 현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또 다른 경우로서 쩡칭훙 당 중앙조직부장이 있는데 그 역시 공학을 전공한 자동제어학과 출신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공계 출신의 인물들이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확실히 과학기술 정책은 좀더 실질적인 쪽으로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본다.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 오며 정치권 여기저기서 여러 사람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들의 프로필을 일일이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위에서의 소박한 꿈을 생각하며 투표장으로 향하는 기대를 해본다.

가장 실망스러운 일이라면 아무도 필자의 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이리라. 물론 과학 기술의 배경이 없는 인물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예상이고 보면, 아무래도 필자의 소망인 과학기술을 아는 대통령쪽으로라도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이제껏 정치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한 표를 그렇게나마 행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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