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식생활

Rumination 2009/07/14 09:48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이 세계 제 1 위권이라는 상황의 원인에 대해 당연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감염률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알고 있었다. 예전엔 한때 매운 음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었지만 더운 나라들 가운데는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매운 음식을 상시 먹으면서도 위암 발생이 드문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그것도 꼭 맞는 이유는 아니라고 한다. 결국 어느 다른 요인이 아니라 소금 섭취량이 거의 유일한 문제가 된다. 물론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소식이다. 나는 워낙에 짠 음식을 못 먹고 그 영향을 받은 우리 식구 모두 대부분 싱겁게 식사를 하는 습관이 들어서이다.

소금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당장에 내 혀가 먼저 반응을 한다. 혓바닥 표면이 쫙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매운 맛 속에 숨어있는 소금기도 숨어들어오지 못한다. 워낙에 민감한 내 위장은 매운 맛 뿐만 아니라 짠 맛에도 쉽게 반응을 한다. 조금만 짜게 먹어도 위에서 쉴새없이 물달라고 아우성이다. 그게 다 몸에 습관 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 때문에 자주 힐난도 듣곤 하지만 그래도 꿋꿋히 싱겁게 먹으며 산다.

몇년전에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으신 다음에는 이런 위암 관련 소식이 귀에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내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위장 장애로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맵고 짠 음식을 못 먹는 것 외에도, 내 나이가 40 대에 들어서서는 소식, 즉 음식을 최대한 적게 먹는 스타일이 되었다. 팽만감을 만복감이라고 하여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그것은 불쾌감이다. 먹은 듯 안 먹은 듯하지만 배가 고프진 않게 먹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바이다. 내가 술기운이 거나한 느낌을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아직 식탐을 제대로 제어하지는 못하여 배가 거북해지도록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그리 많이 먹지도 않은 걸로 보이지만 정말로 필요한 만큼 이상 먹기는 싫다. 그래서 나를 잘 모르는 누구와 만날 약속을 할 때 식사때로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다행히 요즘엔 백수 신세라 그것도 거의 내 마음대로이다.

마지막 회사 생활을 하던 몇년전 구로동의 공장형 아파트 건물은 꽤 규모가 컷기 때문에 식당가 역시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늦게까지 일할 때엔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 많은 음식점, 주점에서 사람들이 무자비할 정도로 연기와 냄새를 분출하며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볼 때면 한편으론 그 위’대’함에 탄복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많이들 먹어댈까라는 의문도 가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하나의 ‘오락’ 같은 것으로 보인다. 술마시고 고기 구워먹으며 떠들고 노는 그런 오락. 세상엔 그런것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여기 저기 많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주변에서 접하기 쉬우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는 오락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먹는 것을 오락으로 삼으면 질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 자리에선 대부분 기름진 음식, 맵고 짠 음식이 주종을 차지하고 과식은 소화기관의 문제를 초래하고 영양과다로 인한 비만은 가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먹는 것도 참 행복한 것이긴 한데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젠 어려서부터 좀 더 건강한 쪽으로 유도를 해나가고 사회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먹는 것을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 것도 웰빙의 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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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09:48 2009/07/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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